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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head - No Surprises 가사해석 본문

음악 적는 남자

Radiohead - No Surprises 가사해석

뇌를썰어 2023. 2. 21. 23:37

라디오 헤드 정규 3집 OK computer에 수록된 곡이다. 이 곡은 기본적으로 현대인의 우울증과 그에 대한 흔한 반응 그리고 부작용을 노래한 곡이다. 이 곡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현대인의 삶을 사는 내가 원치 않는 진로를 겪으면서 이상과 꿈을 상실하는 심리가 이 가사의 흐름과 너무나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나만의 방식으로 느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 곡에 대해서 사람들이 평가하는 바는 1997년의 암울한 한국의 현실과 20세기말의 분위기로 인해 자살에 대해 노래한 곡이라고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일반적인 해석과는 달리 현실이라는 제약에 갇힌 이상을 주제로 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가사해석의 불일치는 내가 가사를 의역하여 전혀 다른 시각에서 좀 더 완성된 해석 작업의 원동력이 되었고 그 결과를 블로그에 올린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가사와 뮤직비디오에서 비치는 가사글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내 글을 찬찬히 보다 보면 알겠지만 조금씩 다른 부문이 있는데 이는 뮤직비디오에 비치는 가사글을 최대한 반영한 결과이다. 가사글을 보면 두 단어나 개념을 하나의 단어처럼 결합한 형태를 자주 볼 수 있다. 가령 tired-unhappy, theydontspeak와 같은 표현은 일반적인 가사집에는 볼 수 없는 표현이다. 이를 토대로 곡의 후렴구인 no alarms and no surprises처럼 전반적으로 어떤 두 개념의 혼재가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가사 번역을 하였다.

 

이 곡은 한 명의 내면에서 세상에 대한 이상을 품었던 한 자아와 세상과 타협하고자 하는 다른 자아 간의 대화이다. 여기서 이상을 품었던 자아를 you라고 하고, 타협하는 화자는 I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화자는 세상과 타협하기로 한 자아이며 화자가 말하는 상대는 이상을 품은 자아임을 알 수 있다. 곡은 세상과 타협하는 자아의 목소리로 채워져 있지만, 더블 트랙의 형식으로 이상을 꿈꾸는 자아의 목소리도 곡의 중간부와 마지막에 삽입되어 있다.

타협적인 자아(이하 '화자'로 통일한다.)는 이상을 꿈꾸는 자아에게 타협안을 권하는데 그것은 우울증 약이다. 이 해석의 근거는 곡 4구의 'My final bellyache with'에서 찾을 수 있는데, 복통은 우울증 약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이를 통해 화자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복통에 대한 가사 연출 방식와 곡 마지막의 분열적 가사를 미뤄봤을 때 이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해석이다.

우울증 약은 기본적으로 교감신경의 수용체를 둔하게 만들어서 외부 자극에 대해 둔하게 만드는데 그 결과로 화자는 세상일에 대해 no alarms and no surprises 하게 되는데 성공한다. 문제는 마지막에 나타나듯이 공포와 절망감에 둔하게 되었듯이 기쁨과 행복의 감정까지 같이 둔하게 되기 때문에 화자 마음속에 꿈꿨던 garden과 house는 beautiful하지 않고 꽤 pretty 하게 된다. 결국 감정의 둔감함을 느낀 다른 자아는 우울증 약효 속에서 뒤늦게 꺼내어달라고 외치는 것이 이 곡의 줄거리이다.

 

[가사]

A heart that's full up like a landfill.

A job that slowly kills you.

Bruises that won't heal.

 

[번역]

매립지 같이 겹겹이 쌓인 과거의 감정들

절대 낫지 않는 상처들로

그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너

 

[가사]
you look so tired-unhappy.
bring down the government.
they don't.

'theydontspeak' for us.

[번역]

이봐, 너는 너무 하얗게 불탄 것처럼 보여.

에라이 높으신 나으리들은 다 망해버려라.

그들은

우리를 가여워하지 않아.

 

[해석]

주인공은 본래 세상에 대한 높은 이상을 가지고 있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전부 실패하였다. 이제는 과거 실패를 곱씹으며 이를 속으로 삭이고 고통받으며 속으로 문드러지고 있다.

결국 이상으로 인해 지친 자아를 화자가 대신 높으신 나랏님들을 욕하는 것으로 달래주며 이제는 이상과 꿈을 잊으라고 말한다.

 

[가사]

I'll take a quiet life

a handshake of carbon monoxide and

no alarms and no surprises

 

[번역]

나는 차라리 모든 걸 포기하고 살래

담배연기와

무신경함이 악수하는 삶.

 

[가사]
no alarms and no surprises
no alarms and no surprises
silent.
silent.

[번역]
놀람도 기쁨도 없이
놀람도 기쁨도 없이
조용히
조용히

 

[해석]

화자는 결국 이상을 잊고 현실과 타협하는 방법을 따르기로 한다. 그래서 담배나 피고 세상에 관심 끊으며 조용히 살기로 마음먹는 모습을 무신경함과 담배연기와의 악수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후 가사를 보면 이 방법도 일시적일 뿐 그다지 효과가 없는듯하다.

 

[가사]
this is my final fit
my final bellyache with. (My final bellyache)
no alarms and no surprises

[번역]
이건 세상에 맞춰 살기 위한 내 최후의 발악이야
무감각함을 동반한
내 마지막 복통. (내 마지막 복통)

 

[가사]
no alarms and no surprises
no alarms and no surprises
please.

[번역]
놀람도 기쁨도 없길
놀람도 기쁨도 없길
제발...

 

[해석]

흡연 수준으로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덮지 못했다. 그래서 현실을 외면하고자 하는 최후의 시도로 우울증 약을 복용하길 선택하고 no alarms and no surprises please라며 이번 시도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화자가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는 해석 근거는 복통이 우울증약의 대표적 부작용이라는 점에 있지만 복통의 서술 방법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my final bellyache 구절의 보컬이 곡의 맨 마지막 구절처럼 더블 트랙으로 연출되어 있다. 마지막 구절은 타협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 간의 괴리를 표현하는 방식의 연출인데 그것이 여기서 사용된 것이다.

이런 연출이 나온 이유는 복통이 두 자아간의 노래이기 때문이며, 복통과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서 미뤄보았을 때 이 연출은 현실적으로 살고자 하는 자아와 내면에서 이상을 꿈꾸는 자아의 갈등에서 비롯된 시도를 표현함을 알 수 있다.

결국 우울증 약의 복용은 내면의 두자아간의 합의점인 것이고 복통을 느낀 순간은 그 합의가 성사되었음을 뜻하는 것이기에 후반부와 달리 해당 부분은 동일한 가사로 더블 트랙 연출되었다.

 

[가사]
such a pretty house and (such a pretty house and)
such a pretty garden (such a pretty garden)
no alarms and no surprises (get me out of here)

[번역]
꽤 괜찮은 집과 (꽤 괜찮은 집과)
꽤 괜찮은 정원을 보아도 (꽤 괜찮은 정원을 보니)
놀람도 기쁨도 없구나 (깨어나고 싶어)

 

[가사]
no alarms and no surprises (get me out of here)
no alarms and no surprises (get me out of here) please 

 

[번역]
놀람도 기쁨도 없길 (깨어나고 싶어)
놀람도 기쁨도 없길 (깨어나고 싶어) 제발

 

[해석]

이제는 아름다운 광경을 통한 surprises를 느끼고 싶지만 우울증 약으로 인해 느낄 수 없다. 놀라고 싶지만 우울증 약으로 인해 그 느낌을 온전히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현하기를 beautiful한 것이 아니라 꽤 Pretty 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여기까지 보면 우울증 약을 통해 현실과의 타협이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우울증 약의 약효가 끝나가면서 마비되었던 자아가 깨어나며 화자는 욕망과 마비사이에서 갈등을 시작한다. 그래서 같은 시점에 양면적인 가사가 더블 트랙으로 연출된 것이다.
이 곡에서 두 단어를 조합한 하나의 조어를 만드는 형태나 이중적인 가사, 그리고 곡의 제목이면서 후렴구인 no alarms and no surprises에서 볼 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두 가지것이 하나안에서 대립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please라고 끝맺은 말은 "Please, no alarms and no surprises"라며 약기운으로 평온하기를 바라는 현실 타협적인 자아의 말인지 내면의 소리를 듣고 나서 'Please, get me out of here'라는 절박함을 표현한 이상을 좇는 자아의 말인지 알 수 없는 혼재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총평]
현대의 우울함에 대해 노래한 곡이다. 만성적인 우울함은 현대인 모두의 과제이지만 그렇다고 이를 우울증 약으로 피하려고 한다면, 언젠가 보게 될 such a pretty house와 such a pretty garden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 곡명인 No surprises는 놀람을 피하기 위한 우울증약 복용의 결과이자 갈등을 뜻한다. 톰 요크는 이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명확한 대안을 제시를 하지 않았지만 라디오헤드 특유의 우울함과 공허함을 극대화하여 우울증으로 인한 도피와 그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 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뮤직비디오 속 주인공은 플라스틱 헬멧 속에서 세상과 괴리되고자 그 속을 물로 채우지만 물이 빠져나가며 세상과의 괴리되고자 하는 시도가 오래가지 못한다. 얼굴의 물기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 화자는 다시 무언가를 꿈꾸는 듯이 옅은 미소를 띠지만 헬멧 속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기에 해피엔딩을 맞이할지 새드엔딩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u5CVsCnxyXg